세포 마을의 주민등록증: MHC-I
By 이웃집편집장
2017-11-13 13:15:29 1038

경찰이 불심검문 중이네요. 제 차를 세우더니 몇 가지 질문을 합니다. 신분증을 요구하는군요. 운전하는 냥이는 처음보나 봅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집사들을 종종 상대해온 저는 냥이로서는 드물게 주민증을 소지하고 있으니까요.


세포나라의 불심검문도 이와 비슷합니다. 지난 글에서 CD4+ T cells을 메인으로 소개하며 형사양반으로 비유한 CD8+ T cells을 잠깐 언급하였는데요(내 몸에서 '부패공무원' 잡는 Treg 세포?!), 세포나라의 주민들은 시도때도 없이 이 형사양반에게 불심검문을 받기 때문에 주민증을 상시 휴대하고 다닙니다. 닝겐들은 이러한 세포나라의 주민증을 MHC class I, 혹은 MHC-I (엠에이치씨원)이라 명명하였습니다.


이 주민증은 세포 표면인자로서 핵이 있는 세포(nucleated cells), 즉 적혈구(red blood cells)와 같은 핵이 없는 아주 예외적인 세포를 제외한 모든 세포에서 발현됩니다. 본인이 어떤 세포인지 면역세포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표지 인자이므로 어쩌면 모든 세포에서 발현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주민증으로 본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개인정보는 가렸습니다.


닝겐 주민증에 사진, 나이,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본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정보들이 기재되어 있는 것처럼 이 MHC-I에는 그 세포의 정보를 담은 peptide 조각이 붙어 있습니다. 이 MHC-I에 제시된 peptide들은 세포 내에서 proteasome(단백질을 잘게 자르는 효소)에 의해 세포 내부의 단백질을 잘라 MHC-I에 발현시킨 것이기 때문에, 세포 표면에 제시된 이들 peptide들을 마치 주민증의 사진이 제 얼굴 상태......를 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세포의 identity를 반영합니다. MHC-I에 로딩되는 대표적인 펩타이드 종류의 한 예로 DRiP(defective ribosomal products)이 있는데요, 이것은 제가 드립을 날리기 위해 억지로...설명 하려다보니 너무 길어지므로 과감히 끊어야겠군요. 하지만 DRiP의 존재는 실화입니다.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형사양반 (CD8+T cells) 은 여느 때처럼 온몸을 순찰합니다. 의심스러운 녀석이 발견하고는 소리없이 다가가 녀석의 MHC-I-peptide 결합체(pMHC)를 손(T cell receptor, TCR)으로 더듬거립니다…그러고는 나지막히 “통과”를 선언하고는 다음 녀석으로 이동합니다. 만약 MHC-I에 붙어있는 peptide 정보를 통해 이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던가, 아니면 암세포로 변형되었다는 등의 정보가 확인되면 형사가 범인을 때려잡듯 CD8+ T cells은 감염된 세포를 '파.괘.'해 버립니다.


Credit: Coneyl Jay/Stone/Getty Images


그래서 오늘 소개할 논문은 이처럼 MHC-I에 loading된 peptide를 인식하는 CD8+ T cells의 특성을 이용하여 세포 내부의 non-coding region에서 translation이 일어나는지 여부을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하였음을 보인 Peter Walter lab의 작년 <Science> 논문입니다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1/6272/aad3867).


최근 유전자 발현을 측정할 수 있는 각종 기술의 발달로 기존에 annotated된 open reading frame(ORF) 이외의 non-coding 지역에서도 종종 coding potential이 있음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mRNA의 5’UTR 지역에 존재하는 uORF(upstream open reading frame) 인데요, 이 uORF에서 실제로 짧은 peptide가 발현되는지, 혹은 발현되더라도 우리몸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까지도 논쟁거리입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알려진 putative uORF 지역에 MHC-I에 로딩되는 것으로 알려진 리포터 peptide sequence를 삽입하고 이것이 발현된다면 발현된 peptide 가 MHC-I에 로딩되어 궁극적으로 CD8+ T cells을 activation 시킬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합니다.즉, CD8+T cells 의 activation 정도에 따라 uORF 가 실제로 짧은 peptide를 발현시키는지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간단한 측정방법을 개발한 셈으로 저자들은 이를“Tracing translation by T cells (3T)” 로 명명하고 uORF에서 peptide가 발현될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합니다.


세포 내부의 antigen발현과 이들이 MHC에 로딩되는 분자적 메커니즘은 수십년 전에 이미 주요 기작이 밝혀진, 어떻게 본다면 '유행에 뒤떨어진' 학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유행과 무관하게 기초과학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새로운 기술개발과 새로운 생물학적 발견에 밑거름이 된다는 좋은 예가 바로 이 논문이 아닌가 합니다. 냐옹.

#CD8 #Tcell #MH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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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면역학(zipsaimmunology@gmail.com)

반려과학자 유니온

Catholic Church

원문 출처 : https://www.facebook.com/immunology001/posts/51792706187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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