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하루살이 '천왕성'
By 김영돈
2016-03-02 23:28:48 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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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천왕성에서의 하루는 지구와 다르게 84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비유는 ‘하루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맞기도 틀리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기준으로 하루를 잡는다면 시인의 비유가 맞지만, 자전을 기준 삼으면 시인의 생각은 ‘팩트’가 틀리게 됩니다. 지구 밖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지구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지구에서는 자전 주기와 해가 뜨고 진 뒤에 다시 뜨는 시간이 같을 수 있지만, 다른 행성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왕성의 하루 ‘17시간’

지구에서는 하루가 24시간이지만 지구를 벗어나면 하루는 24시간이 아닙니다. 미항공우주국 NASA에서는 하루를 뜻하는 ‘Day’를 행성의 자전 주기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든 천왕성에서든 하루는 천체가 한바퀴 자전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은 셈이죠. 지구의 자전 주기는 24시간, 천왕성의 자전 주기는 17시간입니다. 이게 진짜 천왕성의 하루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천왕성에는 빛과 어둠이 42년 동안 번갈아가며 반복되는 것일까요. 의문의 열쇠는 바로 ‘자전축’에 있었습니다.

천왕성의 자전축은 97°?기울어져 있습니다.

 

나사 제공 데이터를 토대로 그린 행성의 자전축 기울기 나사 제공 데이터를 토대로 그린 행성의 자전축 기울기


 

태양계 다른 행성의 자전축 기울기는 각각 다릅니다. 수성은 0.0352°로 수직에 가깝습니다. 금성은 거의 완전히 뒤집힌 177°(그냥 3° 기울어진 채 반대로 자전한다고 생각하면 편해요)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경우 23° 정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태양계 대부분의 행성은 30° 안쪽의 자전축 기울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울어진 자전축, 안 바뀌는 밤낮

그런데 천왕성의 자전축은 공전 궤도와 거의 평행한 각도입니다. 수직에 가까운 수성의 자전축이 거의 직각으로 누웠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구로 치면 천왕성에는 지구의 극지방이 있어야 할 위치에 적도가 있고, 지구의 적도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극지방이 있는 셈입니다. 다른 행성이 서서 가는 공전 여행을 천왕성은 누워서 굴러가는 겁니다.

때문에 천왕성의 자전은 행성의 낮과 밤이 바뀌는 것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대신 공전이 낮과 밤을 만듭니다. 42년 동안 한쪽 면은 쭉 낮이고 또 42년 간 반대편은 쭉 낮인 상태가 반복됩니다.?

지구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태양을 향해 자전합니다. 해가 지지않는 백야 현상이 가끔 나타나는 고위도 지방이 아니라면 어디든 하루에 한 번 태양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천왕성의 자전 방향은 태양으로부터 거의 수직입니다. 자전 방향이 태양을 향해있지 않기 때문에 천왕성의 절반에 가까운 면적은 공전 주기의 절반인 42년 동안 태양을 보기 힘든 것이죠. 천왕성 극지방에서 42년 동안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상상은 과학을 살찌운다

시인은 어떤 마음으로 천왕성까지 닿게 되었던 것일까요. 천왕성은 지구로부터 약 27억 3000만km 떨어진 얼음 행성입니다. 그 곳은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보다 열 아홉 배 보다 더 먼 태양계의 변두리죠. 시인은 머나먼 변두리 행성에서 태양이 한번 지면 오랜 시간 동안 뜨지 않는다는 과학적인 사실에 착안해 그리움의 정서를 그 속에 담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과학보다 상상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말 그대로 상상력을 과학보다 우위에 두기보다는, 과학자에게도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게 아닐까 싶은 말입니다.

과학은 시인에게 영감을 주었고 시는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새로운 감흥을 줍니다. 어쩌면 이 시가 과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가져다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고두현 시인의 "별에게 묻다" 전문을 전해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천왕성에선?


평생 낮과 밤을?


한 번밖에 못 본다.?


마흔두 해 동안 빛이 계속되고?


마흔두 해 동안은 또?


어둠이 계속된다.?


그곳에선 하루가?


일생이다.?


남해 금산 보리암?


절벽에 빗금 치며 꽂히는 별빛?


좌선대 등뼈 끝으로?


새까만 숯막 타고 또 타서?


생애 단 한번 피고 지는?


대꽃 틔울 때까지?


너를 기다리며?


그립다 그립다?


밤에 쓴 편지를 부치고?


돌아오는 아침?


우체국에서 여기까지?


길은 얼마나?


먼가.


“별에게 묻다“?고두현


김영돈 기자(zeromoney@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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