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보자, 과학 예산
어디 보자, 과학 예산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6.03.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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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과학 예산을 얼마나 쓸까.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이번 중력파 발견 이후 <이웃집과학자>는 궁금해졌습니다. 한국 과학자들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실력파들인데 혹시 예산이 적재적소 투입되지 않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나아가 노벨 과학상 수상 같은 쾌거를 이루려면 향후 우리 정부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짚어봤습니다.

 

과학 예산 전체의 4.9%

 

2016년 총 국비 지출 예산은 386조 원입니다. 이중 과학 예산은 명목이 ‘R&D’로 돼 있는데요, 올해 18조 9천억 원입니다. 작년과 같습니다. 2016 전체 예산 4.9% 수준입니다. R&D 예산은 증가 추세였습니다. 그런데 점차 증가율은 낮아지고 있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3년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16조 8천억 원 가량이었습니다. 이게 2014년엔 5.1% 증가한 17조 7428억 원이됐고요. 2015년 18조 9천억 원까지 늘어난 후 올해 0.2% 증가하며 18조 9363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증가율이 4년 사이 5.1%p 줄어든 겁니다.

 

예산 책정 기준, ‘경제성’

 

전체 예산이 줄어드는 건 사실 그 해의 대내외 경제 상황과 맞물린 문제입니다. 따라서 과학 예산 편성 증가율이 떨어진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예산 배분이 잘 돼야 할텐데요. ‘잘 된다’의 기준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과학 예산 편성의 주된 기준은 ‘경제성’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6년도 정부연구개발투자 방향 및 기준’ 자료를 보면 “신기술․신산업 창출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 증대와 R&D예산 증가율 감소 추세에 따른 R&D 투자효율성 제고 요구 확대”를 예산 편성 기준으로 명시했습니다. 배정되는 예산이 점점 늘지 않고 있으니 있는 돈 범위에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겁니다.

 

효율적 예산 적용은 곧 ‘돈이 되는’ 기술 연구에 치중하게 했습니다.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연구가 더 많은 예산을 가져가게끔 말입니다. 미래창조부는 위 자료를 통해 “시장․기업수요 기반의 맞춤형 R&D를 통한 기술사업화 촉진 및 기술창업 생태계 조성 요구 증대”를 꾀한다고 밝혔습니다.

 

때문에 2013년 이후 우리나라의 과학분야 육성 전략은 순수 기초과학분야가 아닌 응용과학, 즉 기술분야에 집중됐습니다. 시장 경쟁력이 뛰어난 지능형 반도체 지원 비중을 늘리고 시장이 포화되면서 외면 받고 있는 디스플레이 영역은 지원을 줄였습니다. 지능형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은 신수종 사업으로 여겨지며 693억 원 가량으로 비중이 전년보다 2.06% 올랐고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관련 분야도 적극적인 지원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과학이 국가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학 그 자체를 연구하는 기초과학 분야나 거대과학(우주 연구 등) 영역을 도외시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올 법한 대목입니다. 가령 우리 정부는 우주 분야 연구를 지원할 때 “우주 기술 성능 향상 중심에서 경제성, 활용성 중심으로 위성개발 목표가 변화”라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번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중력파 연구처럼 우주 분야에 대해 전 세계가 박차를 가하고 있고 심지어 북한마저도 수년 전부터 우주개발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유럽의 입자물리학연구소(CERN)는 세계 최대의 입자 물리학 연구소입니다.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해 우주, 양성자, 전자 등 다양한 기초 과학 영역을 심도있게 연구할 수 있도록 조성됐습니다.

 

오히려 거대과학 같은 분야는 경기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는 1990년대 미국에서 중력파 검출 장치 라이고(LIGO)를 지으려 할 때 무려 19개 지역이 유치경쟁에 나섰다고 술회합니다. “순수 기초 연구지만 세계 최고의 산업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첨단 산업과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이를 알고 후보지 중에서 가장 경기가 나빴던 핸포드와 리빙스턴을 선택했다는 후문입니다(조선일보 2월 19일자 “중력파 연구 우리도 할 수 있었다”).

 

기초과학연구원 개혁해야

 

과학 그 자체를 연구하는 분야로 기초과학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의 수준은 세계 11위입니다. NSI(National Science Indicators)가 2012년 발표한 자료 기준인데요. 논문 발표수 기준으로 세계 점유율 3.61%를 기록했습니다.

 

IMD(국제경영개발연구원)가 발간하는 ‘The 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을 보면 우리나라 과학경쟁력은 대부분 연구개발투자, 연구개발인력, 특허관련 지표가 상위권입니다. 하지만 지적재산권 보호정도, 법적 환경이 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정도, 산학간 지식 전달정도, 노벨상 수상자 등이 과학 경쟁력의 약점으로 제기됐습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국비를 토대로 2013년부터 4년간 소규모 개인연구를 제외한 중규모 팀연구와 대규모 집단 연구에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12년 기초과학연구원 예산까지 포함해 5년간 총 5조 1,700억 원 가량을 투입 중입니다.

 

이러다보니 기초과학연구원이 기존에 만들어진 소규모 연구의 토대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기초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하지 않으면 결국 기초예산의 상당부분을 IBS가 대단위 연구에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015년에 발간한 ‘기초과학 연구비 현황 및 정책 제안’ 자료를 통해 “IBS로 인해 기존 기초연구 예산이 줄면서 리더사업이 실종되기에 이르렀고, 중견과제도 예산이 삭감되어 기존 피라미드형 연구생태계가 파괴되었다”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피라미드형 연구생태계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개인과 신진 연구자들, 대학의 기초연구자들이 기초 단위 연구를 창의적으로 수행하고, 나아가 중견 과학자들이 중견 규모의 연구 사업을 발전시키며 나아가 국가 단위의 정책적 지원 사업 등으로 예산과 인력이 집중되는 형태를 말합니다.

 

한림원은 이 피라미드 구조가 기초 과학 연구의 저변을 강화하는데, 상대적으로 IBS에 예산이 집중돼 피라미드의 중간과 다리가 소실되어 간다는 분석입니다. 한림원은 “이로 인해 과제 경쟁률이 폭등하였으며 정부에서는 이를 낮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과제지원을 제한하고 연구비 액수도 낮추다 보니 여러 불만들이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합니다. 유연해야할 연구 생태계가 경직되고 있다는 겁니다.

 

과학 예산, 긴 안목 필요해

 

한림원은 정책 제안 자료(2015)를 통해 “IBS 안에 피라미드 제도를 도입해서 효율적인 연구비 분배와 집행을 꾀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5억짜리 기초연구실 20개나 15~20억짜리 SRC 5~6개가 IBS 하나보다 훨씬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또한 IBS 같은 국책연구원은 대학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100억 원 이상의 대형 연구시설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합니다.

 

예산 증액은 필수입니다. 일본의 경우 2015년 과학 기술예산을 4.03조엔 규모로 전년대비 10.4% 늘렸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두 명을 포함해 모두 2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냈습니다. 중국도 지난해 2757억 위안을 과학기술 예산으로 편성했습니다. 작년 중국은 처음으로 노벨 의학상 수상자를 냈고 역대 9명이 중국계 과학자로서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예산이 곧 노벨상으로 직결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경우처럼 1995년 1천억 원을 들여 만든 중성미자 검출 장치 같은 장비가 없으면 과학적 성과를 아예 입증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연구개발 예산을 GDP의 2% 아래로 낮추지 않는다는 2% 원칙을 지키고 그중 최대 70%를 기초과학에 지원하는 일본의 저력이야말로 역대 21명이 노벨 과학상을 거머쥔 배경임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망이 없는 연구에 수십 년을 매달릴 수 있는 정신과 환경이 뜻하지 않은 결과와 함께 노벨상을 안긴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매일경제 10월 6일자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957081)”고 언급했습니다.

 

오히려 민간 차원에서 긴 안목을 가지고 기초과학에 투자하고 있는 점도 챙겨볼 대목입니다. 삼성그룹은 2013년부터 노벨상 프로젝트를 시행 중인데요. 10년간 총 1조 5천억 원을 투입해 산업 기술뿐만 아니라 블랙홀 같은 순수과학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합니다. 한림원 자료(2015)를 보면 2012년 기준 민관을 포괄한 한국의 총 연구 개발비에서 민간재원은 75%에 달했습니다. 25%에 그친 정부, 공공재원 비율은 미국의 40%, 프랑스 39%, 영국 38%에 비해 낮은 편이죠.

 

이처럼 이처럼 눈 앞의 경제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거대과학과 기초과학 연구에 투자할 때입니다.  우리나라는 칠레에 건설 중인 거대마젤란망원경(GMT) 제작에 900억 원 넘게 투자하고 지분 10%를 얻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입니다. 2021년 완공 예정이고 한국천문연구원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우리나라 과학의 위상을 제고하고 연구 저변을 확충하는 길은 바로 이런 노력이 축적될 때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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